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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미·중 반도체 대전 2라운드 시작...中 수출규제 시행

갈륨·게르마늄 수출 제한 조치 1일 본격 가동
中, 미국 등 서방 진영 관련 기업만 피해 엄포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 2라운드가 시작됐다. 중국은 1일 반도체와 광 섬유통신의 핵심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미국이 반도체 관련 장비의 대(對)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자,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3일 미국 등 서방 진영에 관련 소재 수출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미국이 기술 장벽을 세우자, 중국이 핵심 원료로 맞대응했다는 평가다.

 


◆中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달 31일 '중국의 핵심 소재 수출 통제는 중국을 먼저 압박한 국가의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수출 통제는 중국의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며 통제의 명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외국 기업들은 희토류와 같은 더 중요한 물질에 대한 중국 정부의 통제 확대를 우려하지 말고, 중국에 대한 불공정한 규제를 하지 말도록 자국 정부를 설득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이번 조치가 전면적인 금지 조치가 아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중국에 유사한 규제를 가하고 있는 국가의 기업이 첫 번째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사한 규제를 가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갈륨과 게르마늄을 해외에 수출하고 하는 중국 기업은 1일부터 수출 계약서, 최종 사용자에 대한 증명서, 수입자와 최고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중국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과거 중국 정부의 관례를 볼 때 수출 신고서 처리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주요 반도체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반도체 수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관변학자인 가오링윈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이와 관련 "수출 통제와 같은 조치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다른 나라를 압박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중국도 그들과 같은 통제 수단을 사용할 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환구시보는 복수의 전문가 말을 인용, 중국의 글로벌 가치 사슬의 정상적인 작동을 방해할 목적이 없다면서 중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정한 경쟁의 장을 찾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출 규제 발효 일을 하루 앞두고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기업의 주가가 1% 이상 올랐다고 덧붙였다.

 

 

◆中, 결과적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만 피해
갈륨은 차세대 반도체, 태양광 패널, 레이더, 전기자동차 등의 핵심 소재이며 게르마늄은 광섬유 통신, 인공위성용 태양전지 등에 사용되는 주요 원소다. 중국의 갈륨과 게르마늄 세계시장 점유율은 각각 94%와 90%다.


일단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규제는 한국 관련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수세에 몰린 중국이 희토류 등 여타 광물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관련 기업들 역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를 인용, 서구 기업들이 최근 몇 주 동안 중국의 첨단 기술 소재 수출 통제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으며, 향후 이들 기업이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통제는 지난해 10월부터 본격화했다.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와 일본 등 반도체 장비 강국에 동참을 요구했다.


실제 일본은 7월부터 노광 및 식각 등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관련기사 본지 7월26일자> 네덜란드는 미국의 요구를 수용, 다음 달부터 대중국 수출 규제에 나선다.


◆美 추가 규제에 엇갈리는 서구 반응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추가 규제 조치를 자제해 줄 것으로 요청했다. SIA는 인텔, IBM, 퀄컴, 엔비디아, 삼성, SK하이닉스, TSMC 등이 회원사로 있는 단체다. SIA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및 잠재적 수출제한 조치가 명확하게 규정됐는지, 또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는지, 동맹국과 완전히 조정되는 등에 대해 평가하기 위해 추가적인 제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미국 정부에 촉구했다.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고, 중국의 보복 조치 확대로 협회 회원사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반도체 수요 감소 등 업황 상황이 가뜩이나 어려운데 추가 조치로 인해 반도체 산업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 이 같은 자제 요청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미 정치권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등 대중국 압박에 힘을 싣고 있다.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공화당)과 라자 크리시나무르티 간사(민주당)은 지난달 28일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에게 지난해 10월 조치보다 더욱 강화된 규제를 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중국이 교모하게 규제를 우회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면서 보다 강력한 규제를 촉구했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미국이 추가 조치를 내릴 경우 중국이 갈륨과 게르마늄 이외의 광물에 대해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는 등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 진영이 추가 규제를 가할 경우 해당국 기업 경영을 옥죄는 방식으로 중국이 대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미·중 반도체 관련 신경전이 지속될 경우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반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