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올해 경기 부진 흐름을 반전시키기 힘들다는 전망을 내놨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반도체 등 수출 물량 회복, 경제심리와 고용 개선 흐름 지속 등으로 경기 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우리 경제를 진단했다. 우리 경제 전망을 놓고 민간과 정부 사이에 '온도차'가 존재한다.
한경연은 11일 올해 3분기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1.3%로 전망했다.
경제성장률 1.3%는 금융위기(2009~2011년)와 코로나19(2020~2021년) 등 경제위기 기간을 제외하면 가장 낮은 전망치다.
한경연은 임금 상승률 정체, 고물가 등으로 실질 구매력이 약화한 데 따라 내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소비의 성장률이 2.1%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해온 설비투자는 내수 침체와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라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건설투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 차질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싱(PF) 부실 등 불안 요인이 해소되지 못해 0.7%의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 역시 기대했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0.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경연의 이번 전망은 국제통화기금(IMF) 등 글로벌 경제 단체들의 부정적 관측과 일맥상통한다. IMF는 최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하향 조정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역시 최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1.3%로 낮췄다.
민간 연구원과 달리 기획재정부는 이날 수출 물량 회복과 경제 심리 개선으로 하방 위험이 줄어들면서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기재부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월별 변동성은 있겠지만 경기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기재부가 경기 둔화 완화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6개월 만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전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상반기 경제가 기존 전망에 부합했다며 하반기에도 기존 전망과 비슷한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면서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로 유지했다. KDI는 하반기 우리 경제가 2.0%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상저하고' 전망이 유효할 것으로 봤다.
정부의 전망과 실제 통계에는 다소 차이가 존재한다. 실제 관세청이 이날 공개한 이달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 줄었다. 수입액 감소 폭은 더 크다. 수입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무려 30.5%나 급감했다. 수출도 문제지만 수입이 감소한다는 것은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상호 무역의존도가 높은 중국과의 교역도 문제다. 중국 수출이 25.9%나 줄었다. 대중 수출 감소는 지난달까지 14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대중 수출 감소는 15개월 연속 이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무역적자 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문제는 중국 경기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Deflation)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급감하고 있어 자칫 우리 경제가 '상저하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의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 경기가 회복된다고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국내외 환경이 우리 경제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