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통상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부부장급(차관급) 대화 채널을 만들기로 합의했다.
중국 상무부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 부장과 리나 러몬드 미국 상무부 장관이 회담을 갖고 새로운 통상 실무그룹 대화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중·미 양국 간 통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2차례 부부장급 회의를 갖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또 1년에 적어도 1차례는 부장급(장관급) 회담을 갖기로 하고 양국 수출 통제 정보에 대해 교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상무부는 중·미 양국의 공동 관심사에 대해 솔직하고 건설적인 소통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이날 회담에서 "중국은 미국과 함께 상호 존중, 평화 공존, 상생 협력의 원칙을 견지, 양국 무역 및 투자를 촉진할 용의가 있다"라는 뜻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또 왕 부장이 미국의 301조와 반도체 정책, 양자 투자 제한, 차별적 보조금, 중국 기업 제재 등에 우려를 표명하는 데 중점을 두고 회담에 임했다고 중국 상무부는 강조했다.
◆이해 관계 맞아떨어진 미·중
미·중 양국이 적어도 경제 문제에 대해서 소통 채널을 확대하기로 합의, 이행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장률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도, 내년 대선이라는 큰 이벤트를 앞둔 미국도 경제 확대에 대해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미국의 진전성을 의심하고 있어 이번 회담이 실제 통상 확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중국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이다. 하지만 미국이 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양국이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다. 따라서 질적 통상보다 양적 통상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미국이 선택적으로 중미 경제 및 무역 관계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미국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고 보도했다.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소리다.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물가)과 경기 침체 압력이라는 경제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지적이다.
리융 중국국제무역협회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협력 메시지에는 '건전한 경쟁'에 대한 보다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가오링윈 베이징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미국이 자국 안보 개념을 지나치게 확대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말하는 국가 안보 개념은 우리(중국)도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과 남중국해 주권을 미국의 안보 범위에 넣는다면 중국과 큰 논쟁만 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첨단산업 규제 완화
중국 통상 및 무역 전문가들은 세계 양대 경제 국가인 중국과 미국의 협력만이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이 태도를 바꿔 중국과 경제 및 무역 관계를 안정시키려는 것은 현재 미국이 직면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은 현재 물가를 잡기 위해 기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부채 문제 역시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톈윈 전 베이징경제운영협회 부회장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행정부는 현재보다 더 좋은 경제적 수치가 필요한 상황이며, 이를 위해 중국과 경제적 관계를 안정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라며 "중국 경제가 현재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하지만 중국은 대체할 수 없는 미국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중국과 미국은 전 세계 경제 성장의 50% 이상을 기여할 수 있다면서 중국과 미국의 협력은 세계 경제에 희소식이라고 전했다.
경기 둔화 양상이 짙어지고 있는 중국 역시 미국과의 긴장 관계 해소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현재 경제 및 정치 상황을 활용,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대한 미국의 규제를 풀기를 내심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첨단 산업에 대한 미국의 규제 완화는 쉽지 않다는 점에서 과거 무역 거래 형식의 양적 거래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