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까지 중국 자동차 수출은 294만1000대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1.9% 증가한 것이다.
중국 자동차 수출을 견인하는 것은 전기자동차(이하 전기차)다. 올들어 수출된 전기차는 72만7000대다. 전체 수출 물량 가운데 27%가 전기차다.
특히 유럽연합(EU)으로 수출된 물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가 중국 전기차 규제에 나선 이유다. 중국은 반발하고 있다.
14일 중국 승용자동차협회(CPCA)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EU 비중이 39.1%다. 2018년 5.7%였던 점을 감안하면 5년 새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39.1%에는 착시도 있다. 중국에 진출한 독일 등 유럽 완성차 메이커가 생산한 전기차 등 자동차도 39.1%에 포함된다. 중국 현지에서 생산, 중국 내수용으로 판매하고 일부는 유럽으로 수출하는 구조다.
순수 중국 브랜드만 놓고 보면 점유율은 8%다. 하지만 중국 브랜드 비중도 껑충 껑충 뛰고 있다. 2021년 4%에 불과했던 점유율은 지난해 6%를 나타냈고, 올해는 8%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올해 10%를 육박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브랜드의 약진은 역시 가격경쟁력이다. 유럽 자동차 시장 분석 기관인 자토 다이나믹(Jato Dynamics)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평균 전기차 가격은 3만2000유로 미만이다. 반면 유럽 완성차 업체의 평균 가격은 5만6000유로다.
유럽 전기차 가격 시장은 크게 3만 유로 미만과 4만 유로 미만, 4만 유로 이상으로 구분된다. 중국산 전기차 가격대는 대부분 4만 유로 이하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저가형 전기차 볼륨 모델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만큼 중국 전기차의 파죽지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프랑스 등 여타 유럽국가다. 예컨대 르노 등 프랑스 브랜드는 독일 브랜드에 밀린다. 벤츠와 BMW는 소위 '명품'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지만 르노에는 이런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 자칫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에 밀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장 도미니크 세나르 르노 회장은 실제 지난 7월 중국 전기차 산업에 대해 '차이나 스톰(폭풍)'이라고 우려했다. 세나르 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원료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며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경계했다. 그는 당시 중국의 갈륨 및 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지만 이면에는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진출 확대에 따른 경쟁 심화를 우려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일각에선 르노가 벤츠와 BMW 등 독일 브랜드에 치이고, 중국 브랜드에는 가격에 치이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매체들은 EU 집행위원회의 중국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 착수 발표에 반발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3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정책연설에서 "세계 시장은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로 넘쳐나고 있다"면서 "막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으로 중국 전기차 가격이 인위적으로 낮게 조정됐고, 이는 유럽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조사 이유를 밝혔다.
중국 경제 전문 매체 제일재경은 이 같은 EU 집행위원회의 방침에 대해 독일 등 일부 국가와 완성차 업체들이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의 보조금에 대해 징벌적 관세가 부과될 경우 유럽 내 전기차 가격이 오르고, 이는 결국 EU 전기차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중국 매체들은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