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2.5% 하락했다. 수출과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6.2%씩 감소했다.
모든 지표가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감소 폭이 둔화되고 있어 경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중국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다시 고개 든 디플레이션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3일 9월 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0.0%로 집계됐다고 공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상승률 0.15%를 하회하는 것이다.
중국 CPI는 지난 7월 마이너스(-0.3%)를 기록,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지난 8월 CPI가 한달 만에 0.1% 상승하면서 디플레이션 공포에서 빠져 나오는 듯 했지만 다시 하락했다. 디플레이션은 쉽게 말해 '초과' 공급이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재화 및 서비스 가격이 떨어지는 것이다. 재화 및 서비스 가격 하락이 시작되면 소비자는 구매를 주저한다.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 구매를 늦춘다.
반대로 기업은 재화 및 서비스 판매를 늘리기 위해 가격을 계속 인하하게 된다. 기업의 경영 상태가 지속적으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 기업 실적 악화는 투자를 가로 막고,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 고용 감소 및 실업 증가는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기업 실적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의 늪에 빠지게 된다. 인플레이션은 금리 등 통화 및 금융 정책에 따라 어느 정도 보정이 가능하지만 디플레이션은 사실 이렇다할 방법이 없어 디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中 저물가 이유와 해결책
중국 CPI는 식료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0.0%를 기록했다. 9월 식료품 물가는 지난해 9월과 비교해 3.2%나 떨어졌다. 식료품 가운데 육류 가격이 12.8%나 하락했다. 이로 인해 CPI를 약 0.45%포인트 떨어뜨렸다.
육류 가운데 돼지고기 가격이 무려 22.0% 하락했다. 돼지고기 가격은 7월 이후부터 꾸준히 하락세를 보여왔다. 소비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세가 뚜렷해지자 도축이 늘었다.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한 축산 농가가 서둘러 도축량을 늘렸다. 식료품 가격이 하락한 반면 비식품 물가는 0.7% 상승하는데 그쳤다.
식료품 가격 하락 등은 표면적인 이유다. 시중이 풀린 돈이 많다. 경기 부양 차원에서 중국 통화 당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은행이 보유해야 하는 현금 비중(지급준비율)도 낮췄다.
시장에 돈이 풀렸지만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 쪽으로 유입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고 있다. 집값 하락 등 향후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고 판단한 중국인들이 부동산 매수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 차원에서 초기 보증금 한도를 25~30%까지 낮췄지만 여전히 관망세다.
시중에 풀린 돈이 전기자동차 구매 등으로 몰리고 있지만 소비재만으로는 내수 경기를 온전히 부양시키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중국내부에선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추가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결국, 제한적 부동산 완화 정책이 아닌 적극적 부동산 부양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주요 지표로 본 중국 하반기 경제
중국 경제가 그래프 상으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지난달 30일 공개된 9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6개월 만에 기준선 50(50.2)을 넘었다. PMI가 50를 넘었다는 것은 경기확장을 의미한다. 제조업 PMI는 지난 5월 48.8를 기록한 뒤 매월 조금씩 상승했다. 서비스업 등의 경기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비제조업 PMI도 하락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기준선 50(51.7)를 상회하고 있다.
내수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소매판매 역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자동차 등 신에너지차 판매가 비수기인 7~9월 늘어났고, 가전제품 판매 역시 늘어난 것으로 전망된다. 또 9월 중추절 및 국경절 연휴 기간이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소매판매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국 내부의 공통된 설명이다.
중국 내부에선 10월 중추절 및 국경절 연휴와 11월 광군제, 12월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4분기 내수 소비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출 역시 낙폭을 줄이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가 밝힌 9월 중국 수출액은 모두 2991억3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2% 감소했다. 중국 수출은 지난 7월 전년 동월 대비 14.5% 급감한 바 있고, 8월에는 8.8% 감소했다. 수출은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지만 2개월 연속 마이너스 폭을 줄이고 있다.
중국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오는 18일 예정된 3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분기 경제 성장률에 따라 4분기 즉 올해 중국 성장률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3분기 성장률이 전년동기 대비 4.5% 안팎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저효과가 사라진 만큼 4.5% 내외 성적표가 나올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약 4%대 초 숫자가 나오면 올해 목표치 5.0% 안팎 달성이 어렵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3분기 성장률 숫자에 따라 당국이 기준금리 인하 등 추가 통화정책 사용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5.0% 안팎이라는 목표 달성이 가능한다고 판단하면 올해 더이상 통화정책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해보다 내년 경제가 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비축할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