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차 중국 중앙금융공작회의에서 지방 정부 부채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금융공작회의는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신설된 중국 최고 금융 정책 결정 기구다. 이번 회의는 2017년 이후 6년 만에 열렸다.
지난달 30일과 31일 양일간 열린 이번 회의에는 시진핑 중국 총서기(국가주석)를 포함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리창·자오러지·왕후닝·차이치·딩쉐샹·리시, 서열순)이 참석했다.
또 중국인민은행, 국가금융감독관리국,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베이징시, 랴오닝성, 후베이성, 쓰촨성 등 핵심 인사는 물론 일부 기업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7175조원 규모 지방 정부 부채 문제 논의
인민일보는 1일자 1면 톱 기사를 통해 금융은 국민 경제의 혈맥이자 국가핵심 경쟁력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금융강국 건설을 가속화하고 금융 감독을 강화해 위험을 예방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 내부에선 이날 회의의 핵심은 지방정부 부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월 말 기준 중국 전국 지방정부 부채 잔액은 38조9000억 위안(한화 7174조 7160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지방정부 부채 잔액은 35조1000억위안이다. 9개월 새 지방 부채가 3조8000억 위안(700조원) 늘어난 셈이다. 반면 중국 중앙 정부의 부채는 25조9000억 위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간 부채 차이는 9조2000억 위안이다.
◆중앙정부, 재정정책으로 지방정부 부채 우회 지원
일각에선 중앙 정부가 국채 발행 등을 통해 지방 정부의 부채를 일부 상환하는 방식으로 지방 정부를 빚더미에서 구제하는 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중앙정부가 발행한 1조 위안 규모의 국채다.<본지 10월 25일자 '내친김에 경기부양' 참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난 24일 상무위원회 6차 회의를 열고 국무원 재정부가 제출한 '국채 추가 발행 및 2023년 중앙 예산 조정 계획안'을 승인했다. 중국 정부는 신규 국채 발행으로 마련된 자금을 자연재해 피해 복구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여름 베이징과 톈진, 지린성, 헤이룽장성 등지에 발생한 홍수 피해 및 예방을 위해 지원하겠다고 중국 정부는 덧붙였다. 인프라 투자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 성장률을 올리면서 지방 정부의 부채난도 해소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당시 중국 웨카이증권은 국채 발행은 지방정부의 부채 구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펑차오빈 중국재정학회 부비서장은 "제6차 중앙금융공작회의에서 지방 장부 부채 위험 통제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방 정부 부채를 관리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수면 밑 지방정부 부채
문제는 알려지지 않은, 통계가 잡히지 않은 지방 부채 규모다. 중국 내부에서 당초 알려진 부채보다 훨씬 더 많은 부채가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뤄즈헝 웨카이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지방 부채 특히 숨겨진 부채로 인해 레버리지 비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방 부채에 따른 재정 위험을 엄격히 통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오제가오 대외경제무역대학 교수는 "지방정부의 편법적 차입은 이전에 비해 많이 개선됐지만 중앙정부가 지방정부 부채에 더 높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부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중앙금융공작회의 전문에는 '위험(리스크)'라는 단어가 수차례 반복됐다.
관타오 중인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회의는 금융감독 강화와 금융시스템 개선, 금융서비스 최적화, 리스크 예방 및 해결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중앙정부의 부채 문제로 확산될 소지가 적지 않은 만큼 중국 지도부도 재정정책 확대에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